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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소의 눈물


 

소의 눈물

 
 

<방민준칼럼> ‘매몰의 아픔’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몽골의 낙타 중에는 간혹 새끼를 낳아놓고 돌볼 생각을 않는 모성애 결핍 낙타가 있다고 한다. 이런 낙타는 새끼에게 젖도 물리지 않고 발로 차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어미에게 버림 받은 새끼는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몽골 사람들은 어미 낙타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법을 쓴다고 한다. 마두금이란 전통악기를 연주해 주는데, 그 소리가 마치 할머니가 아기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구슬프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들은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외면하던 새끼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며 젖을 물린다고 한다.

눈물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곤충이나 조류, 어류가 눈물을 흘리는지는 모르겠으나 포유류는 대부분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포유류 중에서도 영장류와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생활해온 가축이나 반려동물은 죽음과 같은 생물학적 공포에 직면했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이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를 뿐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같다는 게 동물학자들의 시각이다.

코끼리나 침팬지들의 동료가 죽음에 공포와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는 사례는 과학자들에 의해 수없이 보고되었고, 까치는 함께 살던 동료가 죽으면 사체 주변을 떠나지 않고 한동안 머무는 행동이 관찰되기도 했다. 사육중인 황새도 새끼가 죽으면 어미가 짚을 물어와 사체 바닥에 깔아주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조류가 눈물을 흘렸다는 보고는 없으나 이런 행동은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19일 현재 살처분ㆍ매몰 대상 가축은 210만4천여마리로 집계됐다.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가 1300만 마리 정도 된다니 6마리에 1 마리 꼴로 살처분된 셈이다. 이에 따른 비용과 보상금 등의 정부지출이 총 2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손실과 이에 따른 비용이 아니라 살아있는 가축을 살처분ㆍ매몰해야 하는 현장의 방역 담당자들과 옆에서 지켜보는 축산농민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다.

매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한결 같은 증언을 종합하면 죽기 전 소와 돼지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렸고 이를 보는 방역담당자들과 축산농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밤마다 눈물 맺힌 가축의 눈망울이 나타나 잠을 잘 수 없다는 농민도 있고 빈 축사를 보고는 죄책감을 술로 달랜다는 농민도 있었다.

가축들이 흘리는 눈물은 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공포이거나 포기의 표현일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현장의 방역공무원들이나 축산농민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사회 일각에서 살처분 방식이 전염병 확산방지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시에 환경오염 등 2차 피해 발생 가능성과 함께 ‘동물 생명권’ 차원에서의 접근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살처분이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지만,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의 권고기준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OIE는 살처분을 할 때에도 동물이 죽을 때까지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구제역 파문은 정부나 방역당국, 축산농가에 많은 과제를 던져 주었다. 그 중에 우리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의 하나가 ‘동물 생명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본사 부사장/칼럼니스트)
(출처- new dai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