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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이야기방

아내의 꿈- 복분자농장이 있기까지


( 이 글은 남편이 정리한 글을 옮겨보았답니다...)



농장이있기까지

지금의 농장 그곳을 본것은 지금으로 부터 18년전쯤(1992년)이었다

모 고등학교 이사장님댁에 근무한적이 있는데 사모님의 사과농장에 들렀다가

위쪽에 있는 밤나무밭을 구경한것이 첫 인연이었다.

뒤돌아 보는순간 거창읍내가 정말 시원스럽게 한눈에 확 들어왔다.

“ 아! 언젠가는 나도 이런땅을 가져봐야 겠다”

언젠가는 인연이 되면 기회가 오겠지...

그런데 내눈에는 큰 도로가 생길것 같은 예감이 휙 지나갔다.

적중했다. 선견지명이라고나 할까...

훗날 도로계획선이 변경되어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갔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변의 맑고 깨끗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게 거창_주상간 서부우회도로(3호선) 였다.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2006년쯤 일을 하다가 주상에 있는 주유소 하는 친구네 집으로 잠시 휴식을 취할겸 차를 몰고 가다가

그농장이 눈에 또 밟혔다.

밑으로 뻘건 깃발이 꽂혀있고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훗날 알고보니 고제댐에서 내려오는 농수로였다) 

또 다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다음날 복덕방에 들러 알아보니 주인인 할머니께서 십수년간 매물로 내어놓고

누군가가 매입할려면 거둬들이고를 계속해오고 있단다.

나도 어렴풋이 소문으로만 듣고있었다.

복덕방 할배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니 며칠뒤 할머니 대답이 신통찮다고 연락이 왔다. 어쩌랴 이미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는데... 복덕방 할배는 포기하고...

여기서 주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수소문을 해보니 우연찮게 나의 어머니하고 갑계하시는 것을 알았다.

일단의 실타래 한올을 잡았으니 이럴때는 정공법을 펼쳐보는기다

헐머니 집으로 아내와 함께 정중하게 찿아 뵈는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지성이면 감천이라” 끝까지 정성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이러저러해서 할머니 땅을 내놓았다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 기회를 주십사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할머니: “팔긴 팔아야 하는데 우째야 될란고 모르겠다” 망설이셨다.

할머니께서 30년을 넘게 밤나무 밭에서 아들,딸 유학시키고 인생을 함께한 땅인데

얼마나 고민을 하셨겠는가?

“할머니 재산 남겨놓고 아들,딸 다툼이 일어나면 바람직하지 않으니 기회가 왔을때 저한테 파십시오” 이제는 인생을 정리 하실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영~ 생각이 없지는 않으신것 같아 일단 가격 이야기만 하고 다음을 약속하며

물러 나왔다.

 

며칠 뒤,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할머니의 따님도 함께 했다.

따님은 미술교사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예전에 거창농민회, 전교조,활동할 때

나하고는 아는 사이였다.

할머니: “ 그래 얼마나 줄끼고? 나는 다 받아야 하는데”

내가 하는말 : “어머니 이가격이면 진짜루 많이 받으시는 겁니다”

밀고 당기기를 수차례...

할머니가 왜 십수년을 못 파셨는지 이유를 알것도 같았다.

“내가 자식들하고 상의를 하여 답을 줄것이니 그리알고 다음에 연락하기로 하세”

이틀 뒤, 전화가 왔다

“우리 자슥들이 팔지 말라칸다. 우짜노 미안해서...미안하게 됐네”

내가 하는말

“어머니 할수 없지요 혹시 다음에 마음 바뀌시면 다른 사람에게 팔기전에 기회나 한번주이소”

뚝~

“에~이 안사고 만다” 하루종일 아내와 나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날이 저물어 갔다.

아내는 지금까지 일한것만 해도 징글징글한데 잘되었다며 마음의 포기를 완전히 하는것 같았다.

(두번에 걸친) 할머니와의 흥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꿈을 꾸다.

몇날이 지났을까?

둘이서 마당에서 일을 하다가 아내가 밤사이 꿈이야기를 하는것 이었다.

여보 “밤나무농장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내 손을 잡더니만 같이 밭에 일하러 가자하더라고...

할머니가 데려 간곳은 이름모를 빨간열매가 엄청 많이 달린 곳 이었는데 한참을 일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밥하러 가자고 하더란다...

부엌은 푹꺼진 가마솥이 걸려있는 옛날 재래식이었는데 밥을 한참하고 있노라니

저멀리 농장입구에 하얀상여가 하나 들어오는것이었단다.

할머니: “저기 들어오는 상여가 우리영감인데, 영감이 자네밥을 먹어야 겠다고 한다.자네가 영감님 밥을 퍼야겠다”며 크다란 놋그릇을 주더란다.

아내는 크다란 놋그릇을 들고 밥을 퍼다가 손에 힘이빠져 그만 엎어버리고 말았다.

할머니:“그래도 이밥은 자네가 퍼야한다”며 다시 퍼기를 고집하셨는데...

한참을 퍼다가 너무 힘들어 또 엎어버리고 말았다.

아내: “할머니 도저히 힘들어서 못 퍼겠어요”

할머니: “얘야 영감님이 꼭 자네밥을 먹고 싶어하니 마지막으로 힘을내서 퍼게나”

아내는 꿈속에서 밤새도록 밥을 퍼서 상여 앞에 갖다드렸고...

할머니가 맛있게 드신것 같다고 하자

한참 후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상여가 떠나고 아내는 깨어났다.

온몸에 몸살이 날정도로 밤새 밥을 담았던 아내는 갑자기 목욕을 간다고 가는것

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한번도 일과중에 목욕을 간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항상 바쁘게 살았다.

너무 이상한 꿈 이었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해몽을 한것이었다.

 

정리하자면: 할머니와의 두 번에 걸친 흥정, 그리고 두 번의 밥그릇이 엎어짐이 연결되고

                세 번째는 힘이 닿는데로 최대한 담아서 할머니에게 줬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염원이었으리라...

그렇게 해몽한 것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할머니집을 찿아가다...

“어머니 제가 이땅을 꼭 사고 싶어 지어낸 이야기도 아니고 하도 꿈이 이상해서 왔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할머니와 따님도 꿈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뒤

할머니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한번 만나자구

할머니:꿈도 신기하고, 팔기는 팔아야하는데...

그런데 가격은 둘째치고 이제는 아래쪽에 천평을 떼어 달라는 조건을 거셨다

아마 자식들이 전원주택을 짓거나 삼십여년을 동고동락했던 땅이니 미련이 많이

남으셨던 모양이다

어쩌면 제일 노른자를 달라고 하시니 참 난감하기만 했다.

또다시 밀고 당기기

워낙 간곡하게 말씀하시니 할머니 그렇게 하입시다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몇 번이나 올라 왔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내인생에 손꼽을 만한 인내심을 가지고 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차라리 부르시는 가격을 모두 드릴테니 깔끔하게 포기하시고 대신 좋은터를

마련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또 기꺼이 그런 터를 찿아 드리겠다고 설득했다.

“그래 생각 한번 해보자”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할머니 집을 나섰다

며칠뒤 할머니의 연락이 왔는데 자네의 뜻대로 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부족한 돈이 문제였다.

은행에 가서 부족한 금액은 매입할려는 땅을 담보로 대출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등기와 동시에 대출 받아서 그 자리에서 할머니에게 돈은 바로 건내기로 했는데

할머니는 믿음이 가셨는지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세상이 워낙 험악하다보니

할머니 사위는 의심의 눈초리로 감독아닌 감독이 되어 있었다.

못믿어 주는게 야속하기도 했지만

일은 그렇게 가슴졸이며

은행마감시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꿈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후...

땅이란 인연이 있나보다

 

일년후쯤

어느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