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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박완서- 한국문학의 대표작가의 유언으로 남은 그녀의 이야기


박완서, 유언으로 남은 그녀의 이야기

     



한국문학의 대표적 여성작가로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작가 박완서, 그녀가 지난 1월 22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를 추모하는 물결은 인터넷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외수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새벽, 박완서 선생님께서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의 글을 올렸으며, 은희경 작가도 트위터를 통해 “눈물을 멈추고 일어나 검은 옷을 찾기 시작한다. 없다. 선생님이 오랜만에 나를 집에 가게 하신다.”라며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중고등학생 시절,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단 한 작품이라도 마주치지 않는다면 국어공부를 엉터리로 한 학생으로 불렸을 만큼 그녀는 한국 문단의 큰 획을 그었다. 그랬기에 마음의 쓸쓸함이 더 크게 자리 잡는다. <그 여자네 집> 앞에서 곱단이를 향한 마음을 두고 뒤돌아야만 했던 만득이와 그런 만득이를 그리워만 했던 곱단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의 모습이 아른아른해질 것 같다. 이제는 그녀를 책 속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의 나열을 통해 만나야 할 것이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지막 산문집을 시작으로 그녀가 만들어놓은 발자국을 하나하나씩 따라 밟아볼까 한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서 보냈던 눈 내리던 그날처럼…


삶의 연륜만큼 진한 일상의 향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그녀가 지내온 연륜만큼이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살아생전 그녀를 깨우쳐 주었던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박경리 선생과 박수근 화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고, 그녀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자신 앞에 깊게 드리우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으면서도 그녀는 작가답게 담담하면서도 대범하게 이야기한다. 또, 그녀의 투철한 작가 정신은 세상을 향해 눈감지 않고 직시한다. 한국현대사를 함께 겪어 온 그녀에게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서 모두가 공감하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그리고 모두가 깨달아야 하는 이야기 전달 꾼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생명의 중요성을 말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그녀를 떠올리는 많은 사람은 그녀의 기라성 같은 소설들을 기억해낼 것이다. 또 많은 베스트셀러들의 제목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 그녀가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이 책은 다문화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다문화가정환경으로 바뀌게 된 한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소수자와 인종차별문제에 관한 그녀만의 목소리로 어린이들에게 이해를 구한다.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한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화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아이에게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주고, 나아가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지시키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차별과 편견의 벽을 어린이보다 더 두껍게 쌓아 올린 어른들에게 전하는 그녀만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던진 메시지를 깨달은 순간, 아마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꼭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꼴찌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조명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들리지 않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할 줄 알며, 만져보지 못하는 것에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꼴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갈채까지 보냈다. 그녀는 말한다. 꼭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자신만의 릴레이를 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스포츠 마라톤을 통해 그녀는 최선을 다하는 꼴찌들을 보며 깨닫는다. 크게 욕심부리는 것보다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열심히 하는 것,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완주해 내는 것. 그것만이 꼴찌의 목표인 것이다. 그녀는 또 말한다. 긴 호흡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꼭 일등이 아니어도 끝까지 완주하라고 그녀는 말해주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진 사람들의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하여
<보시니 참 좋았다>

분단문제, 가족문제, 여성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그녀의 주특기 중에 유독 그녀가 인간성에 대해 진실로 호소하는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시니 참 좋았다> 이 역시 생의 참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그녀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전한다. 꿈을 가지라고, 꿈은 내가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말이다. 본문에 나와 있는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이 그린 건 미숙한 습작에 불과했지만, 평범한 그림을 예술로 만든 건 오랜 세월과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나와 내가 가진 꿈 그리고 그것을 매개체로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모두 명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읽으면 꼭 그녀 자신이 말하는 것 같다. 내 평범한 글을 예술로 만든 건 오랜 세월과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이었다고…






박완서, 여기 소개한 책은 모두 동화와 산문집으로 이루어진 글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의 입에 오른 베스트셀러와 교과서에 실린 작품 등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들을 뒤로하고 내가 뽑은 책들은 모두 그녀가 가기 전 우리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일 것 같아서 선정하게 되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글을 뒤적이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교훈을 다시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렸다. 아마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그녀가 쌓일 것이다.